문득 떠올라서. 산문.

콧물 예찬. [마땅한 제목이 안 떠올라서라기 보단 처음 떠오른 제목으로]

근 일주일째 코감기에 훌쩍이다가. 이 지긋지긋한 코감기! 하고 휴지에 코를 풀었다.
패애앵. 하고 휴지가 위로 힘차게 올라갔다가, 끈적한 콧물이 휴지에 묻어나온다.
한번만 풀어서 코가 시원해지랴, 한쪽을 막고 안 나온쪽의 코를 다시 풀었다.
패애앵. 쿨쩍. 양쪽을 번갈아 풀고 있으면 한쪽이 다시 나오고 한쪽이 다시 나오고.
순차적으로 풀다 보면 쌓여가는 건 코푼 휴지조각들.
그렇게 휴지조각을 쌓아가다 보면 형형 색색의 콧물의 색깔이 휴지를 물들인다.
투명하고 말간 콧물, 노랗게 끈적이는 콧물, 투명한 코에 붉은 점이 흩뿌려진 콧물, 그리고 붉은 기운이 감도는 콧물.
하나의 코에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콧물이 나오는가 하고 무심코 감탄해 버린다.
한동안 코를 풀고 나면 귀가 먹먹해진다. 코를 시원하게 푼 만큼 나의 유스타키오관은 압력을 받았다.
귀만 먹먹한게 아니다. 머리가 어질 어질한것도 코를 풀어서임이 틀림없다.

아아. 코 하나를 편케 하기 위해서 귀와 머리를 상하게 했나.

흐르는 콧물을 풀지 않고 들이키고 참아본다.

어렸을 때는 코를 풀지 않고 흐르게 내두던가, 들이키기만 했었다.
흐르다 굳은 코가 굳어서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어도 그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때 흐르다 굳은 코의 색깔은 그저 투명하고 말간 코였던 것 같다.

지금 코를 풀었을때 나오는 콧물의 색깔은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걸까.

그 어린시절 주변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달리고 놀던 때의 마음같은 투명한 콧물.[비유가 좀 -ㅅ-;]

지금 서서히 어른이 되가고, 흐르는 콧물을 의식하며 휴지로 코를 풀때 나오는 다양한 색깔의 콧물.

코를 푼다는 행위에서 나는 내 마음의 코를 풀어버리는게 아닐까.

by 율리시즈 | 2006/01/13 15:08 | 감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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