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구급 최대의 '막장 데이즈'

격조했습니다. 히나기쿠 생일포스팅 이후로 무리해서 억지로 쓰는 한달만의 새글. 지금 글을 쓰기 위해 무수한 새로고침의 벽을 뚫고 포스팅 화면을 띄우는데 성공했지만 그건 이쪽 사정이니 넘어가기로하고,

아무튼 이렇게 새 글을 쓰는 건 어제 밤은 제 구급 생애 최대의 '막장 데이즈' 였기 때문입니다.

구급출동을 하면 이상한 징크스가 있는데요, 처음에 걸린 구급신고 내용이 비슷하게 계속 된다는 것입니다. 교통사고가 처음에 났으면 그 날의 주 구급대상은 교통사고, 복통이나 두통이면 그 날의 주 구급은 단순질환 이런식이죠.

이러다보니 첫 신고 내용이 어떠냐에 따라 그날 그날 긴장도가 좀 달라지는데요, 어제는 그냥 막장데이즈로 결정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니까 가립니다.


소방서에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동네 아파트 뒷쪽, 사람이 쓰러졌다고 해서 갔습니다. 가보니 몇명의 사람들이 쓰러진 남자를 둘러싸고 웅성웅성, 현장에 도착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정을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65세 가량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쓸데없는거 물어보지 말고 그냥 병원 데리고 가라고 소리치시더군요, 아무튼 저희는 일단 외상이 있나 살펴보고 동공반응도 검사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 남자분은 얼른 병원에 데려갈 것이지 쓸데없는 일 한다고 소리치시더군요. 환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계속 병원에 가라고 소리소리.. 그래서 일단 차에 태우고 보호자가 누군지 물어보려 하니까 그 남자분이 그냥 타시더군요.

차 안에서도 그 남자분은 왜 소방대원이 쓸데없는거나 물어보고 잇냐고 욕을 섞어가면서 소리 치셨습니다. 병원을 어디로 갈 껀지 물어봐도 욕으로 대응, 환자 이름이나 나이 물어봐도 욕으로 대응, 끝내는 구급대원에게 폭력까지 행사하더군요. 저는 조수석에서 그 행태를 전부 디지털 카메라 동영상으로 기록에 남겼습니다.

나중에 병원 도착해서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어딘가의 교회의 목사더군요. 저는 이단적 성향이 짙긴 해도 일단 기독교인을 자처합니다. 비록 사후세계를 부정한다던가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단성론자이긴 하지만요. 일단은 기독교 인 입니다. 그런데 그 목사라는 사람의 행태가 너무 지나친데다가 그 목사의 명함을 받고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명함에는 이름과 교회 이름이 나와있고 이런 문구가 적혀있더군요. '굶주린자, 주린자, 노숙자, 장애인은 나에게 오라, 내가 너희를 치유하리라' 라는 문구가요. 그런데 명함에는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교회의 연락처가 어딘지도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표시돼있는건 '후원금은 이 은행의 이 계좌번호로 주시면 됩니다.' 라는 노골적인 문구가 적혀있을뿐..


구급출동 두번째 사건.

흔히 있는 자살소동, 그러나 이번엔 처음보는 시츄에이션, 빌라 옥상에 앉아서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자살시도자. 새벽 2시인데 주변에 신경 안쓰는건 세간의 관심을 호소하는 것인가. 죽을 마음이 있는것인가. 구조대와 경찰, 구급대가 출동하여 자살시도자를 설득하는 영화같은 훈훈한 이야기... 라는건 페이크고 실제로는 4층 빌라위에 올라있는 자살시도자를 위해 밑에 에어메트를 펴고 언제 떨어지나 구경하면서 한시간이나 버티네- 지독한놈 이라고 대원들과 함께 사진 찍으면서 구경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


구급출동, 그 세번째. 그리고 마지막 사건.

역사적인 마지막 사건, 저는 구급출동중 대전 의방중 처음인 사건을 제가 겪게 됐습니다. 새벽 3시, 손톱이 빠졌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했습니다. 구급차 뒤에 앉아서 문학소녀 6권을 느긋하게 읽으며 현장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급차를 엄습하는 충격! 뒤에서 택시에 들이받혀 구급차가 교통사고가 난겁니다!! 큰일!!

다행히도 구급대원과 저, 택시기사, 택시승객 모두 심각한 외상은 없었습니다. 이제 사람이 괜찮으니 추접하고 지저분한 과실 및 법률문제로 넘어가겟지만, 그건 보험회사에 맡겨두기로 하고 일단 경찰 신고했습니다.

..........야간에 경찰 신고하면 30분 기다리는건 기본 지식이죠. 알고는 있지만 짜증나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러는 사이에 택시기사는 잽싸게 무전해서 동료들 불러모으고.. 삽시간에 6대의 같은회사 택시가 모여서 세를 이루더군요. 그걸 보면서 저는 '이 하류인생들! 밤에 일이나 해서 사내 상납금이나 벌 것이지 왜 벌떼 처럼 모여서 그래!'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손된 차량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서 찍었습니다.

이야.. 구급차 참 튼튼한게 장갑차 수준이더군요. 험비? 아무튼, 뒤에서 들이박은 택시는 앞 본네트가 완전히 우그러지고 타이어까지 펑크났는데 구급차는 뒤쪽에 살짝 긁히고 말았으니까요.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고맙다 구급차! [먼산]

아무튼 경찰이 오고, 사건처리하고, 이제 소방서에서도 장비계 반장님과 소장님이 오셔서 사건 조사하고 상황실에 보고하고 등등 분주하게 2시간가량 보내고 저희는 자체 구급활동으로 서 구급차를 타고 자주 이송가는 대학병원에 응급실에 접수를 하게 된 것입니다.

구급대원이다보니 접수절차도 구급일지 작성도, 병원 직원들도 다 아는 사람이니.. 일사천리로 각자 종이 받아서 스스로 일지 작성하고 스스로 목에 경추보호대 채우고, 진단 과정에서 전문용어 사용으로 잽싸게 일 처리하고 사진 찍고 이상 없음! 이후에 이상있으면 다시 오세요 판정 받고 아침 7시나 되서야 긴 밤이 끝났습니다.

밤새 내내 막장들과 싸우느라 한숨도 못잔 저는 별 외상과 심대한 타격 없이 괜찮을거라는 진단을 받고 귀소했습니다.

구급활동을 하면서 전 절대로 119를 이용해서 응급실에 가지 않겠다! 라고 다짐햇었는데 복무중에 관내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서 자신의 일지를 스스로 쓰다니.. 생각도 못한 일이 일어나버렸습니다. 그래도, 몸 건강하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일단 한숨 자야겠습니다. 교통사고라니.. 생애 첫 경험이군요.

by 율리시즈 | 2008/04/05 13:06 | 구급차 이야기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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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버레인 at 2008/04/05 14:58
... 정말 엄청난 막장데이즈로군요.
두번째 사건은 정말 현실적인데요. ;;;;;
Commented by 半分の月 at 2008/04/05 17:18
고생하셨습니다 ㄱ-;;;;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Commented by 리샤오란 at 2008/04/06 05:41
두번째 인간한테 안녕 절망선생을 보여줘야 하나요?ㅎㅎ
Commented by 아스테인 at 2008/04/08 18:11
와 글길다 그냥 휠다운~ㅋㅋㅋ긴글에 약해서리;; 내싸이 음악바꼈다 함 놀러와 요샌 뜸하네 ㅋㅋㅋ
인제 얼마 안남았구만~~와우달리기 ㅋㅋㅋ
Commented by 아스테인 at 2008/04/08 18:14
아차 하나 덧붙이면 니가흘린 네타덕분에 지금 코드기어스r21화 받고있다~~젠장 컴활공부하는데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는건...ㄷㄷㄷ
Commented at 2008/04/08 18: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율리시즈 at 2008/04/10 18:45
소버레인님/ 별거 아니에요~

半分の月님/ 컴퓨터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리샤오란님/ 카후카양과 면담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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